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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것 아닌 듯하지만, 간단치 않다. 어머니 상을 당한 상주가 상중에 고기를 먹었다. 유교에서 엄히 금하는 것이다. 조선 중기 문신 정경세(1563∼1633)의 ‘죄목’이다.

 선조 35년(1602년) 3월, 대사헌 정인홍이 상소를 올린다. “예조참의 정경세는 거상(居喪)을 삼가지 않았으니 파직하고 다시는 기용하지 마소서.” 이유는 간단하다. 기생을 끼고 놀았다는 것과 “(정경세가) 거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상 잘못’이 훨씬 크다. 같은 해 4월 사헌부가 다시 임금에게 아뢴다. “정경세는 난리 초기, 상중에 있으면서 음식을 먹을 때 남의 비난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파직하고 다시는 벼슬을 하지 못하게 하소서.”

 탄핵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상중에 음식을 법도대로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경세는 왜란 초기, 왜군의 칼에 어머니를 잃었다. 부모 잃은 상주는 3년 소식(素食)이 원칙이다. 맛있는 음식, 특히 고기는 엄히 금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약 20년 후인 광해군 3년(1611년) 8월, 사간원에서 더 엄히 탄핵한다. “전라감사 정경세는 어미가 칼날에 죽었는데 상복을 입은 몸으로 관가를 드나들며 고기를 먹었습니다.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경세를 벼슬아치의 명부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붕당, 당쟁이 심하던 시기다. 정경세는 20년 이상을 ‘상중에 고기 먹은 죄’로 고생한다. 숱하게 탄핵당한다. 자주 벼슬을 거두고 시골로 가거나 외직으로 떠돌았다.

 정경세를 옹호하는 상소도 나타난다. 광해군 311, 상주의 진사 송광국 등이 연대 상소한다. “사간원은 정경세가 상중에 고기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왜란 중 정경세는 상중이므로 지극히 조심했습니다. 관가에도 들르지 않았습니다. 관청 음식에 혹시 고기가 들어 있을까, 염려해서입니다. 불행히도 공주 인근을 지나던 중 천연두에 걸렸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공주목사 나급과 지사 윤돈이 묽은 죽에 육즙(肉汁)을 조금 섞어 정경세를 살렸습니다. 정경세는 몰랐습니다. 병세가 호전되자 즉시 본진으로 돌아갔습니다.”

 고기가 아니라 묽은 죽에 육즙을 섞었다고 했다. 육즙은 고기 국물이다. ‘소학’에서도 북송 사마광(1019∼1086)의 말을 빌려 ‘부모의 상을 당한 자라도 오랜 기간 몸이 허약해져 병이 걸릴 정도면 육즙이나 약간의 고기 등을 먹어도 좋다’고 했다. 정경세는 무죄다. 더욱이 모르고 먹었다.  


 육즙은 고기 곤 물이니 오늘날의 곰탕이다. 고기 끓인 국물이니 곰국이라고도 한다. 자육즙(煮肉汁)이란 표현도 있다. 고기 끓인 국물이니 결국 곰탕이다. 조선시대에는 국(·)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었다. 대갱(大羹)과 화갱(和羹)이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육즙을 끓이면 대갱 혹은 태갱(太羹)이다. 최고의 국물이다. 소금, 채소 등을 넣고 육즙을 끓이면 화갱이다. 화갱은 조미료, 채소 등으로 조화로운 맛을 낸 것이다. 형갱(m)이라고도 한다. 화갱은 여러 재료로 육수를 내고, 나물, 고기 등을 넣고 끓인 오늘날의 탕, 찌개, 국물이다. 맛있지만 대갱보다 아래 등급이다.  

  ‘예기(禮記)’에는 ‘대갱은 조미료를 섞지 않은 육즙이다. 제사에는 대갱을 올린다’고 했다. 유교적 율법 아래 최고의 음식은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제사 음식이다. 그중 왕실의 제사 음식은 으뜸 중 으뜸이다. 대갱은 최고의 음식이다.

 한반도에서도 육즙, 대갱 등을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고려의 문인 이색(1328∼1396)은 사치가 심한 세태를 꾸짖으면서 ‘식례(食禮)의 시작은 대갱일 뿐인데, 여염집에 귀한 옷과 여자들 장신구가 그득하다’고 했다(목은시고). 음식 법도의 시작은 조미료, 소금, 채소 등을 넣지 않은, 맑고 소박한 국일 뿐인데 민간의 사치가 심하다는 뜻이다.  

 시를 평할 때도 대갱이 인용되었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은(1479∼1504)은 갑자사화로 젊은 나이(25세)에 죽었다. 친구 이행(1478∼1534)이 그의 시를 모아 ‘읍취헌유고’를 냈다. 서문에서 이행은 ‘(박은의 시는) 자연스럽게 흘러서 쉬지 않는 것이 조미하지 않은 대갱과 같다’고 했다. ‘예기’에서 ‘대갱을 조미하지 않는 것은 그 바탕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은의 시가 대갱처럼 자연스럽고 질박하다는 뜻이다.

  
황광해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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